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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아이디어 반짝반짝' 로컬벤처기업- 수산물 냄새 역이용 반려동물 먹이로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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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훔치던 개·고양이서 영감

비린내 살린 원물 간식화 성공

저염 가공법 개발해 특허 신청

론칭 2년만에 매출 200% 성장

네이버 스토어 등 판매점 급증 

반려동물 간식을 제조 및 판매하는 로컬벤처인 ‘동해형씨'가 처음으로 문을 연 것은 2019년이다. 대표인 김은율(32·사진)씨는 대학 졸업 직후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의 신선식품팀에서 상품 기획을 맡았었다. 당시 신선한 농수산품을 공수하기 위해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던 중, 수산물 유통이 유독 까다롭다는 점을 발견했다. 과일이나 육류는 선물세트도 있고 유통이 활발한 데 비해 수산물은 비린내나 신선도 문제 때문에 이와 같은 방식의 유통이 드물었던 것이다. 

■고성 어촌서 생선 훔쳐먹던 고양이에, 비린내 상품화 떠올려=어촌인 고성에서 나고 자라 수산물 유통에 관심이 많았던 김은율 대표는 이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 고민을 이어가던 어느 날, 어렸을 적 고성 어촌 마을에서 널어놓은 생선들을 한두 개씩 훔쳐 가던 개와 고양이가 떠올랐다. 이는 고정관념 전환의 계기가 됐다. ‘비린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비린내를 좋아하는 대상에게 수산물을 판매하는 건 어떨까?' 마침 반려동물 시장이 전국적으로 크고 있는 때였고, 부모님께서 수산물 중개업에 종사하고 있어 원료 공수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이거다 싶었다. 그렇게 동해안에서 나는 향기(馨·형) 나는 수산물(Seafood)이라는 뜻을 담은 ‘동해형씨' 사업이 시작됐다.

초기엔 난관도 겪었다. 소비자들에게 수산물 간식은 아직 낯선 존재였다. 김 대표 역시 강아지·고양이에게 생선을 먹여도 되냐는 질문을 하루에도 몇 번씩 받곤 했다. 그럴수록 김 대표는 수산물 간식의 우수함을 알리고자 노력했다. 염분이 높지 않냐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염장처리를 생략한 수산물 가공방식을 고안해 내기도 했다. 동해형씨가 개발한 저염(염분 1% 이하) 가공법은 지난해 5월 특허를 출원해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원재료 살리고 염분 낮춘 수산물 간식 매출 200% 성장=동해형씨 제품의 특징은 원재료를 그대로 살렸다는 점이다. 기존 반려동물 간식들이 가공하기 쉬운 큐브, 파우더 형태를 띠고 있다면 동해형씨가 만든 수산물 간식은 수산물의 껍질까지 살려 원물 그대로를 보여주는 형태다. 패키지 역시 투명한 봉투에 여백을 살려 제품에 눈이 가도록 했다. 향 또한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고 수산물 고유의 비린내를 유지하는 데 주력했다. 자연적인 수산물의 비린내가 차별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있는 고집은 매출로 빛을 발했다. 론칭 초반과 비교해 현재 100명 남짓이던 고객은 10배로, 매출은 200% 성장했다. 초기 대구, 연어, 도치, 방어 4가지에 그쳤던 제품 종류도 현재는 맛보기 세트, 선물세트 등을 더해 10가지로 늘었다. 올 6월부터는 정기구독 상품도 출시한 상태다. 판매 플랫폼 또한 처음엔 자사몰에서 출발했지만, 현재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동물병원, 한남동 강아지레스토랑 등 10여곳 이상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바잇미, 펫프렌즈 등 대형 반려동물 용품 온라인숍 입점 계약을 마친 상태이며, 강원무역연구원의 제안을 받아 샌프란시스코 한인 타운에 수출을 준비 중이다.

■성공비결은 로컬이 가진 스토리=김 대표가 생각하는 동해형씨의 성공비결은 ‘로컬'이라는 정체성이다. 가치를 소비하는 시대라고 한다. 단순히 1,000원짜리 물건을 사도 소비자들은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의 스토리와 가치를 따진다. 김 대표는 이렇게 소비자들의 소비 관점이 바뀌는 시기에 로컬기업들이 가진 고유의 이야기는 엄청난 강점을 갖는다고 말한다. 고성 어촌 마을에서 생선을 훔쳐가던 개·고양이, 마을 어부들에게 구입한 수산물은 그 자체로 브랜드의 스토리가 되고 소비자들의 마음을 끄는 요소가 된다.

김 대표의 앞으로 계획은 초기부터 지켜왔던 브랜드의 결을 잃지 않는 것이다. 투자를 받고 성장할수록 사업성을 위해 지역에서 난 신선한 원재료를 쓰기 어려워지고, 수작업이 아닌 공정이 추가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야 할 수도 있지만 그런 딜레마 속에서도 고성과 고성의 청년, 어르신들과 함께 잘 되고 싶다는 초심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김은율 동해형씨 대표는 “최근 고성의 방문자가 늘었다곤 하지만 지금처럼 카페, 외지인 등 소수만 돈을 벌고 끝나는 게 아니라 여기 살고 있는 기업이 잘 성장해 다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며 “동해형씨를 100억 기업으로 만들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김현아기자 haha@kwnews.co.kr 입력 : 2021-09-14 20:23:00 수정 : 2022-07-07 20:29:21